
아기 안을 때마다 엄지 쪽 손목이 찌릿하다면? 드퀘르뱅 건초염
그 통증의 흔한 원인
안녕하세요. 바른신경외과·정형외과입니다.
아기를 키우는 분들, 손을 많이 쓰는 분들이 엄지 쪽 손목이 시큰거린다며 찾아오시는 일이 유독 많습니다. 오늘은 그 통증의 흔한 원인 하나를 짚어 보려 합니다.

"선생님, 아기 안아 올릴 때마다 엄지 밑 손목이 찌릿하게 아파요. 행주만 짜도 시큰거리고요."
이런 말씀을 들으면 저는 먼저 드퀘르뱅 건초염을 떠올립니다. 이름은 낯설어도, 엄지 쪽 손목이 아픈 병 중에서는 아주 흔한 축에 듭니다.
우리 엄지를 곧게 펴고 옆으로 벌리는 데 쓰는 힘줄이 두 가닥 있습니다. 이 힘줄들은 손목의 엄지 쪽을 지날 때 좁은 통로를 함께 통과합니다. 힘줄을 감싸 붙잡아 주는 터널 같은 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문제는 엄지와 손목을 같은 방향으로 반복해 쓸 때 생깁니다. 좁은 통로를 지나는 힘줄이 점점 두꺼워지고 통로의 벽도 같이 두꺼워지면서, 둘이 뻑뻑하게 쓸립니다. 굵어진 밧줄이 좁은 도르래를 억지로 지나며 마찰을 일으키는 모습을 떠올리시면 가깝습니다. 그렇게 마찰과 염증이 생겨 엄지 쪽 손목이 시큰거리고 아파지는 것, 이것이 드퀘르뱅 건초염입니다.

아픈 자리는 엄지와 손목이 만나는, 튀어나온 뼈 근처입니다. 엄지를 펴거나 벌릴 때, 물건을 집어 들 때, 행주를 짜거나 문고리를 돌릴 때처럼 엄지에 힘이 실리는 동작에서 아픕니다. 그 부위가 붓거나 누르면 유독 아픈 경우가 많고, 심해지면 엄지를 움직일 때 무언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 병은 특히 아기를 자주 안아 올리는 분들에게 잘 생깁니다. 아기 머리를 받치느라 엄지를 벌린 자세로 하루에도 수십 번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 중년 여성, 스마트폰을 엄지로 오래 쓰는 분, 손목과 엄지를 반복해서 쓰는 집안일이나 작업을 하는 분들에게도 나타납니다. 표준적인 교과서에서도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흔한 병으로 봅니다.

집에서 어림해 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엄지를 손바닥 안쪽으로 접어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감싸 주먹을 쥔 다음, 손목을 새끼손가락 쪽으로 천천히 꺾어 보는 것입니다(핑켈스타인 검사). 이때 엄지 쪽 손목에 찌릿한 통증이 되살아난다면 이 병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참고용 자가 확인이지 진단이 아닙니다. 통증이 심하다면 억지로 반복하지 마시고, 확인은 진료실에서 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손목이 아프다며 오시는 분들 중에는 드퀘르뱅 건초염이 아니라 손목터널증후군인 경우도 있습니다. 두 병은 아픈 자리와 느낌이 다릅니다. 드퀘르뱅 건초염은 엄지 쪽 손목이 '아픈' 것이고,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한가운데를 지나는 신경이 눌려 엄지·검지·가운뎃손가락이 '저린' 쪽에 가깝습니다. 특히 손목터널증후군은 밤에 손이 저려 잠을 깨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건 경향일 뿐이고 두 가지가 함께 있기도 하니, 정확한 구분은 진찰로 가려야 합니다.
진료실에서는 문진과 진찰이 기본입니다. 아픈 지점을 직접 눌러 확인하고, 앞서 말씀드린 검사로 통증이 재현되는지 봅니다. 필요하면 초음파로 힘줄과 통로가 얼마나 두꺼워졌는지 살핍니다.
안심을 먼저 드리자면, 대부분은 수술까지 가지 않고 좋아집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엄지와 손목을 반복해 쓰는 동작을 줄이는 것, 그리고 엄지와 손목을 함께 붙잡아 주는 보조기(부목)를 일정 기간 착용하는 것입니다. 통증이 심하면 소염진통제로 다스리고, 그래도 잘 낫지 않으면 힘줄 통로 주변에 국소주사를 고려합니다. 표준적인 교과서에서도 초기에 쉬어 주고 주사를 놓는 것만으로 통증이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도 오래 낫지 않는 일부에서만 통로를 넓혀 주는 수술을 상의합니다.

여기서 솔직하게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손 쓰는 걸 줄이세요"라는 말은, 아기를 키우는 분에게는 사실상 지키기 어려운 주문입니다. 아기는 계속 안아야 하고, 젖병도 씻어야 하고, 하루가 손으로 굴러가니까요. 그래서 저는 무작정 쉬라고만 하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분들께는 '완전히 쉬기'보다 '자극을 줄이기'가 훨씬 현실적입니다. 아기를 안을 때 엄지로 받치지 말고 손바닥 전체와 팔뚝으로 받치듯 안기, 한쪽 팔로만 반복해 들지 않기, 수유 쿠션 같은 도구로 손목이 받는 부담 나누기 같은 것들입니다. 진료실에서 보면 이 시기를 참고 참다가 결국 주사까지 오시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조금 일찍 자세를 바꾸고 보조기를 대면 그만큼 덜 고생하십니다.
평소에 지키면 좋은 것들을 몇 가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스마트폰을 엄지로만 오래 조작하지 않기
2. 손목을 꺾은 채 힘주는 동작 줄이기
3. 같은 동작을 오래 할 때 중간중간 손목과 엄지를 풀어 주기
4. 아플 때 무리하게 스트레칭하지 않기
다음과 같을 때는 미루지 말고 병원에서 확인하시기를 권합니다. 통증이 여러 주 이상 이어질 때, 붓기가 빠지지 않거나 엄지를 움직일 때 걸리는 느낌이 들 때, 엄지에 힘이 빠져 물건을 놓칠 때, 그리고 밤에도 아파 잠을 설칠 때입니다.
드퀘르뱅 건초염은 대개 잘 낫는 병입니다. 다만 회복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특히 통증을 부르는 동작을 계속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낫는 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아픈 것을 오래 참는다고 상을 주는 병이 아니니, 엄지 쪽 손목이 자꾸 시큰거린다면 편하게 상의하러 오시면 됩니다.





